산유화
ㅡ김소월.ㅡ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참새 들 처럼
허수아비가 서 있는데
참새들이 날아와
허수아비의 콧 구멍을 보더니
"동굴이다"!
콧구멍 속의 코딱지를 보더니
"바위다"!
그리고 배곱을 보더니
"연못이다"!
라고 외칩니다,
나는 무명인
ㅡ에밀리 디킨슨,ㅡ
나는 무명인인데
당신은 누구요?
구요?
사람들이 쫓아 버리지 않게
입 다물고 있읍니다.
유명인이 된다는 것
끔직한 일이
개구리처럼 나대는 일
오뉴월 내내 제 이름을
늪에 대고 자랑하는 일
똑 같아요
ㅡ쉘 실버스타인,ㅡ
땅콩처럼 조그맣건
거인처럼 커다랗건
다 거기서 거기에요
불만끄면,,,
이스람 군주처럼 큰 부자도
단 돈 십 원밖에 없는
가난뱅이도
다 똑같아요
불만 그면
빨강,검정,주항,
노랑도 흰색도
다 똑같은 색깔.
불만 끄며
그래 멋진 세상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단지 손 내밀어
불을 끄는 것!
못잊어
ㅡ김소월.ㅡ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일 날 있으리라,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 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이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오다 가다
ㅡ김 억.ㅡ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 풒 잎사귀 푸르고
앞바다 중중 힌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힌 돛 예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낙 화 [落花]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 하노라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마 음
ㅡ[문장 1939년 6월호]ㅡ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나니,
행여,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전원에 돌아와
ㅡ도잠.ㅡ
젊어서도 속세에 어울릴 줄 몰라
본디 산을 좋아했었네
어쩌다 속세에 빠져
그냘 서른 해를 보냈네
갇힌 새도 옛 숲을 그리고
못 속의 고기도 예 살든 늪을 그리네.
남녘 들은 일구면서
못나게 전원에 돌아와 사네.
네모진 마당이 3백여 평에
초가집은 8, 9칸
뒤뜰엔 버들 느릅나무. 그늘이 지고,
집앞엔 오얏 복숭아 늘어서 있네.
마을은 가물 가물 먼데
두메엔 하늘하늘 가날픈 개는
골목길 안에서 짖고 닭은 뽕나무
위에서 우네
집안에 번거로움이 없으니
빈 방에 한가로움이 넘치네
오랫동안 새장에 있다가
다시 정원에 돌아왔네
정청한해[情天恨海]
ㅡ한용운.ㅡ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情 하늘을 따를소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바다와 못 하리라
높고높은 정[情] 하늘이
싫은 것만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병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 건느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
정 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늘수만 있으면
한 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
만일 정 하늘이 무너지고
恨 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에 떨어지고
한해에 빠지리라
아아 정 하늘이 높은 줄만 알아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한바다가 깊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무릎보다는 옅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아 짧든지
정 하늘에 오르고 한 바다를
건느라면 님에게만 안기리라.
서시 [序詩]
ㅡ윤동주.ㅡ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두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ㅡ김영란.ㅡ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져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품의 봄을

가는 길
ㅡ김소월.ㅡ
그립다
말을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갈까
그래도
다시한번
저산에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벽 1923ㅡ10]

ㅡ베를레느의 시ㅡ
거리에 비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흐르네
가슴속에 스미는
이 근심은 무엇이냐?
땅 위에 지붕 위에
오,빗소리도 부드럽구나
나른한 가슴에
오,비의 노래여!
울적한 이 마음에
까닭없는 눈물 흐르네
아니 배반도 없으니
이 슬픔엔 이유가 없지
까닭모를 고통이
가장 큰 괴로움인 것
사랑도 미웁도 없이
내 가슴만 괴롭구나


낙옆
구르몽이 시몬느에게
Remy de Gourmont.1858_1915
시몬느,나무잎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옆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구나
시몬느,너는 좋으나 낙옆 밟는 소리가
낙옆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구나
낙옆은 땅 위에 버림받은 나그네
시몬느,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녘의 낙엽 모습은 쓸쓸하구나.
바람 불어칠 때마다 낙옆은
상냥하게 외치거니
시몬느.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발길에 밟힐 때면 낙옆은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누나
시몬느, 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이리 와다오 언젠가는 우리도 가련한
낙옆이 되거니 이리 와다오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감싸고 있누나
시몬느, 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논개[論介]
거룩한 분노[憤怒]는
종교[宗敎]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 [情熱]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 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石溜]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곷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실뽑는그레첸,
ㅡ괴테ㅡ
안식은 사라지고 마음 무거워요
또다시 안식은 영원히 없을 거여요
당신이 없는 곳 어디나 무덤같고
내게는 넓은 세상 괴롭기만 하며
머리는 미친듯 마음 흔들리고
안식은 사라지고 마음 무거워요
또다시 그 안식은 영혼히 없을 것이기에
당신이 오시기를 창넘머로 바라보고
당신이 그리워 문밖에 나갔더니
당신의 걸음새 당신의 귀한 모습
당신의 그 미소 당신의 그 눈길
당신의 그 말소리 마력같은 그 목소리
당신이 잡아 준 그 손길, 아 그 입맞춤
안식은 사라지고 마음 무거워요
또다시 그 안식 영원히 없겠지요
내 마음 오로지 당신만을 그리워해요
당신을 포옹하고 가슴이 차기까지
입맞춤하겠어요 이몸이 사라져도
[이와 같이 애절한 연가는 바로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여주인공 그레첸이 부른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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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레 쓸라" (Apres cela)
인생은 어디서 와서 무엇을 위해 살며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누구나 한번 쯤 이러한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이 질문은 모든 철학자의 질문이요 모든 인간이 갖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명쾌하게 답을 못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큰 돌 비석이 하나 있고 그 비문에는 "아프레 쓸라(Apres cela)"
라는 말이 세 번이나 반복해서 적혀 있다고 합니다.
"아프레 쓸라"
라는 말은
"그 다음은,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이라는 뜻인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학을 하던 한 법대생이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 놓고
학비를 도저히 마련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그러자 신부는 “마침 조금 전에 어떤 성도가 좋은 일에 써 달라고
돈을 한 묶음 갖다 놓고 갔네.
이건 분명히 자네를 위한 것일세.” 하고는 돈을 세 보지도 않고
이 학생에게 내어주었습니다.
뜻밖의 도움을 받은 이 학생은 기쁜 얼굴로 봉투를 받아 돌아 나오는데
신부가 잠시 불러 세웁니다.
“한 가지 묻겠는데 자네는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뭘 하려나?”
“말씀을 드린 대로 등록금을 내야지요.”
“그 다음은?”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을 해야지요.”
“그 다음은?”
“법관이 돼서 억울한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좋은 생각이구만 그래 주면 좋겠네. 그럼 그 다음은?”
“돈 벌어서 장가도 가고, 가족들도 먹여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다음은?” 심상치 않은 질문에 학생은 더 이상 대답을 못했습니다.
신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 다음은 내가 말하지. 자네도 죽어야 하네.
그 다음은 자네도 심판대 앞에 설 것일세. 알았는가?”
학생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Apres cela"
라는 신부의 질문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결국 돈을 신부에게 돌려주고
수도원으로 들어가서 수도사가 되었고,
보람되고 귀한 일들을 많이 하며 생을 보냈습니다.
그가 죽고 난 뒤에 그의 묘비에는 그가 한평생 좌우명으로
외우던 세 마디 "Apres cela, Apres cela, Apres cela"
를 써 놓았답니다.
우리들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계획들을 세워 봅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살기를,
어떤 사람은 명예를 얻어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를,
어떤 사람은 권력을 얻어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리석은 사람은 오늘의 삶이 전부인양 현실에만 급급하여 살아갑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내 삶이 언젠가는 끝나는 날은 반드시 온다"
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삽니다.
우리의 영혼과 삶이 무기력하게 되는 이유는 종말 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프레 쓸라" 우리도 늘 기억하며 살아가야 할 단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즐거운 하루 만드세요.?
- 받은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