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 봄은 오는가
ㅡ 이 상화 ㅡ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 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도 않구나
내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드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싹이며
한 자국도 섰지말아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넘어
아싸 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든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 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다른논을 안고도는 착한 도량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는 제비야 깝치지 말아
맨드라미 들마 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훍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몰으고 끝도없이 닫은 내 혼아
무엇을 찾는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웃음 푸른 서름이
어울어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 겠네
1919년 3월 중학생이 였든 상화는
기미 독립운동에 가담했으며
1927년에는 의열단 "이종맘"사건과
장진홍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적에 관련되 투옥 모진 고문을당햇다.